5.16고덕국 민주조합선언문

  오등은 자에 아 고덕국이 민주공화국임과 고덕주민은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우리는 오늘날 다시금 고덕국이 민주공화국임과 고덕주민은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지금으로 부터 15일 전, 일부 매향 조합구성원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던 선각 조합원들의 애향심으로, 무력 폭압에 맨주먹으로 저항하며 민주조합을 외쳤던 애향 조합원들의 의분으로 우리는 다시금 이 땅의 민주조합을 새롭게 확인하려 하노라.

  우리가 이 자리에서 새로이 민주조합 선언문을 공포하는 것은 5.1 운동의 자긍 정신을 이어나가기 위함이며, 30년 역사의 권위를 물려받은 고덕국 주민의 의무를 다하고자 함이며, 3천 조합원의 자주민으로서의 권리를 재확인하려 함이다. 또한 우리의 선언은 영원히 한결같은 조합원의 자유 발전을 위함이며, 주민이 가진 양심의 발로에 뿌리박은 고덕 평화의 염원과 함께 나아가기 위하여 이 문제를 내세워 일으킴이니, 이는 하늘의 뜻이며, 시대의 큰 추세이고, 전 조합원 공동 생존권의 정당한 발동이기에, 천하의 어떤 힘이라도 이를 막고 억누르지 못할 것이다.

  우리 조합원들은 지난 수 년 간 일부 반민주 조합구성원에 무대응하며 독선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왔다. 그러나 지금은 소수만을 위한 불법논리와 탈법논리에 의해 조합원 자치가 말살되고 있는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로 인해 생존권을 빼앗길 조합원이 그 얼마이며, 개인의 발전과 행복을 침해당한 이가 또 얼마이며, 조합원의 존엄과 영예에 손상을 입은 것이 그 얼마이며,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으로 재건축 문화에 이바지하고 보탤 기회를 잃은 것이 그 얼마나 될 것인가?

  그러나 우리는 결코 포기하거나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억압받고 있는 조합원들의 억울함을 떨쳐내려면, 굴곡된 재건축에서 눈물 가득한 조합원들의 한을 달래려면, 우리의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고덕아파트를 물려주지 아니하려면, 억눌려 오그라들고 사그라져 작아진 배재학당 조합원의 아름다운 마음을 다시 불러일으키려면 고덕 조합원의 숭고한 자주정신을 개개인의 마음속에서 요동치게 해야 함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 자리에서 새삼 조합의 권력이 조합원에게 있음을 재차 천명하는 것이니, 조합원 모두가 마음속에 칼날을 품어 굳게 결심하고, 양심과 정의를 우리의 무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그러한 의지로 스스로가 스스로의 주인이 되고, 이 조합의 주인이 된다면, 그 어떤 힘도 민주조합의 정의를 꺾지 못할 것이며, 자주 조합원으로서의 의지를 짓밟지 못할 것이다.

  5.1 의거 이후부터 이 일부 조합임원이 앓고 있는 고질적인 병인 경제적 이해관계의 옳고 그름을 구분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목적 없는 통합, 단결만을 강조하려는 것 또한 아니다. 삼쥐의 눈치를 보며 그들에게 조합원의 운명을 팔아먹는 조합장을 심판하기 위함도 아니요, 제 잇속만을 위해 조합원의 밥그릇을 빼앗아 가는 모리배들을 처단하려 함도 아니요, 정보를 차단하고 재건축 문화를 말살하는 거짓된 반민주 조합임원을 단죄하려 함도 아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격려하기에 바쁜 우리는 남을 원망할 겨를이 없다. 현 사태를 수습하여 아물리기 위해 우리는 너와 나를 구분 짓고 비난할 겨를이 없다. 이 모두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며, 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조합원 단합으로 주체를 세우는 것이요, 이는 결코 남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