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24시] 분양가상한제의 그림자

얼마전까지 계동 현대건설 본사 현관 입구에는 자사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 로고와 현대건설 로고가 위, 아래에 나란히 붙어 있었다. 그런데 최근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힐스테이트 로고를 기업 로고 밑에 내려붙이라고 지시했다. 심지어 카타르 공사현장 벽면에 붙어 있는 힐스테이트-현대건설 로고에서도 힐스테이트는 빼버리라고 했다.

CEO가 이런 지시를 한 사연은 뭘까. 자식 같은 브랜드지만 흡족스럽지 못해서다. 그러나 그보다는 `분양가 상한제`라는 벽에 막혀 브랜드가 활짝 꽃피지 못하는 데 대한 속상함이 더 큰 이유다.

`힐스테이트`는 김 사장이 현대건설 주택본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2년간 공을 들여 만들어 낸 브랜드. 기존 집과 차별화되는 `명품 주택`, 집에 대한 다양한 가치를 담는 `꿈의 주택`을 짓겠다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덫` 때문에 상품의 질을 높이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진 것이다.

김 사장은 "상한제 아래에서 브랜드에 만족할 수 있겠느냐"며 "똑같은 아파트를 만들어내라는 말인데…, 이런 규제하에서 어떻게 새로운 것을 창조하겠느냐"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지나친 집 값 상승을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애당초 주거문화 발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비싸고 넓은 집에 살아보고 싶은 사람도 있고, 수수하고 싼 집을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