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은 나의 동반자

                                                                                           송 순 남

지난여름은 나에게 많은 인내심과 교훈을 얻게 했다. 첫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비바람이 세차게 불던 여러 날, 자연을 품기 위한 고행의 날은 계속 되었다. 옷은 흠뻑 젖고, 나의 동반자인 거울은 바람의 심술 속에 힘없이 무너지고,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녹일 때엔 더위와 싸워야만 했다.

그 동안 수많은 작업들을 해왔지만 혼자서 산으로, 들로, 바다로, 계곡으로, 무수히 많은 곳을 다니며 거울을 이용한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곳, 한나절 비를 맞으며 작업을 할 때도 있었고, 무거운 거울을 옮길 땐 체력의 한계를 느껴 작업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작은 꿈과 희망, 잠재된 감성과 열정이 힘을 솟구치게 하고,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품에서의 작업은 생활의 좋은 활력소가 되었다.

내 작업의 주된 모티브는 거울에 반영된 자연이다. 거울에 비추어진 자연의 모습은 비단 독특한 이미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다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거울의 프레임 속으로 자연의 여러 부분들을 끌어들여 옴으로 다양한 삶의 모습과 색깔들을 표현해보고자 했다.

실제의 자연에서 거울을 화선지로 삼고, 카메라를 붓 삼아 한 폭의 새로운 산수도를 그려 보았다. 지금 내가 체험하고 있는 실제 자연의 모습, 거울속의 반영된 모습. 카메라아이에 담겨진 실제의 자연과 반영된 자연의 모습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이 완성 되었다.

거울을 안전하게 설치하고 각도를 잡다보면 많은 시간이 소요 되었지만 특히 비오는 날의 작업은 늘 설렘으로 다가왔다. 거울에 맺힌 선명한 빗방울 너머의 흐릿한 분위기는 묘한 여운으로 남아 나의 독특한 사진 미학을 비의 감성과 더불어 추상적이고 회화적인 느낌으로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감탄을 연발하게 하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외국의 이색적인 공간은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감지된 구조감각과 거울 속 이미지들을 조화시켜 그 순간의 분위기에 몰입하며 또 다른 시각으로 표현한다. 요즘은 회화와 사진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존하는 작품이 늘어가고 있고 전통적인 사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분위기와 느낌의 회화적 사진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